경기도 안성에서 충북 진천 방향으로 향하는 313번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평야지대를 이루고 있는 이 일대에서는 길게 이어지는 산맥 가운데 꽤나 오똑한 산이 나타난다. 이 산맥이 금북정맥이며, 산맥이 북동으로 방향을 꺽는 곳에 오똑 솟아 오른 산이 서운산이다. 서운산은 해발 547m로 그리 크지 않으며, 산세가 부드러워 가족산행지로 적당하다. 서운산은 그림 같은 호수에 조용한 산사와 문화재도 많아 볼거리도 많다. 정상과 동쪽 끝에 있는 탕흥대에 서면 드넓은 안성 들판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바우덕이의 묘>
서운산을 못미쳐 개울가에 바우덕이의 묘가 있다. 우리나라 현대적 대중문화의 효시라 불리우는 사당패의 유일무이한 여자 꼭두쇠로 사당패 중에서도 바우덕이라는 특별한 영혼과 능력을 갖춘 개성있는 여인이으로 경복궁 중건에 동원되어 사기가 떨어진 공역자들과 백성들에게 공연으로 신명의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당시 민중이나 대중이라는 개념도 없던 시기에, 대중문화의 스타가 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공로에 보답하기 위해 흥선대원군은 바우덕이가 이끈 천민집단인 안성남사당패에 당상관 정삼품의 벼슬을 내려 주었는데,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바우덕이 묘지 위에는 소복하게 제비꽃이 피어 있다.
바우덕이가 이끄는 안성 남사당패는 전국 어디에서건 공연이 가능한 최초의 전국구 공연단체가 되었으며, 이 때부터 바우덕이가 이끌던 안성남사당패는 "바우덕이"라는 인물명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러한 대중화는 일찍이 없었던 현상으로 바우덕이의 천부적인 예술적 능력과 스타 기질이 관중을 몰고 다니게 되고, 처음으로 대중의 스타로 인정받게 되고, 민중에게 사랑과 동경의 대상이 형성된 연예계 형성의 시초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바우덕이는 1848년 안성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딸로 출생 5세때 청룡사 안성남사당에 입단하여 선소리, 줄타기, 풍물, 무동, 새미의 모든 남사당 공연예술 학습하여 15세에 안성남사당 꼭두쇠에 추대되어 남사당에서 최초이자 마지막 여성꼭두쇠로 전국에서 공연을 펼치며, 최고의 스타로 인정받다가 1870년 폐결핵으로 사망하였다.
▲ 청룡저수지(백조의 호수)
서운산 청룡사 들머리엔 백조의 호수가 있다. 넓은 호수가엔 산벗꽃이 신록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호수를 지나면 청룡사 주차장이 나온다. 청룡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본사인 직지사의 말사이다. 676년(문무왕16년)에 의상조사가 창건했다. 의상은 영주 부석사를 세울 때 기둥이 자꾸 무너지고 공사가 어려움에 부딪치자 부석사 서천(西川)의 기운이 허하기 때문이라고 여겨 예천 주마산 남쪽에는 한천사(寒天寺), 선리에는 청룡사를 창건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이 절터는 원래 큰 호수였으며 이곳에서 청룡이 하늘로 오르는 것을 본 어느 교도가 못을 메우고 절을 창건했다는 설화가 전해온다. 창건설화 이후의 역사는 전하지 않으며 1935년에 한 교도가 법당과 요사채를 짓고, 방치되었던 석불좌상과 석조비로자나불상을 봉안했다. 이후 1970, 1978년의 2차례 법당이 중축되었으며 현재 이 법당에 석조불좌상(보물 제424호)·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425호)이 봉안되어 있다. 또한 흩어져 있던 석조물을 모아 법당 앞에 세운 3층석탑이 있으나 원형은 알 수 없고 신라말 고려 초기의 요소가 부분적으로 보인다.
▲ 청룡사
산행일 : 2011년 4월 30일(토)
누구와 : 나홀로
어데에 : 경기도 안산의 <서운산>
소요시간 : 3.5시간(청룡사~정상~탕흥대~서운정~좌성사~청룡사)
▲ 서운산 등산지도
▲ 석남사<펌>
청룡사 주차장은 차량으로 만원이다. 오는 최악의 황사라는 일기예보에도 불구하고 등산객과 나들이객으로 길옆으로 차량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다. 주차장에서 골짜기를 따라 오른다. 이틀동안 계속된 비로 인하여 골짜기의 수량은 풍부하다. 와폭을 이루고 있는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숲길로 들어선다. 층층나무가 빼곡한 군락지를 지나면 산은 갑자기 가파라지기 시작한다. 어제는 충분히 휴식도 하고 운동도 하였는데 발걸음이 유난히 무겁다. 황사 때문인가?
가파른 된비알길엔 몇몇 산객들이 앞서고 있고 부지런한 산객들은 벌써 하산을 하고 있다. 이 작고 보잘 것 없는 산에 이렇게 많은 산객들이 몰려 올 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안성이 평야지대로 산이 별로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산이 유순하여 가족산행객들이 유독 많은 것 같다. 된비알이 끝나고 능선으로 오르면 길은 부드럽게 이어지다 쉼터에 다다른다. 이곳이 정상과 탕흥대로 가는 갈림길이다.
▲ 쉼터
▲ 정자
쉼터에서 정상쪽으로 조금 더 오르면 정자가 나온다. 이 정자는 정상과 탕흥대와 더불어 안성전망대 역할을 한다. 황사로 인하여 희미하지만 날씨가 좋다면 기분이 상쾌하도록 시원한 조망을 보여 줄 것 같다. 정자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정상으로 향한다. 진달래 산행지로도 유명한 서운산은 길옆으로 빼곡하게 들어선 진달래꽃은 거의 지고 몇개의 시들은 꽃잎이 매달려 있어 진달래군락지를 알리고 있다.
▲ 헬기장
▲ 진달래군락지
정자를 떠나 잠시 오르면 헬기장이 나오고 몇몇 산객들이 점심을 즐기고 있다. 헬기장에서 잠시 오르면 진달래군락지를 지나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주변으로 관목을 베어 놓아 정상에서의 조망도 아주 좋다. 1주일만 일찍 왔다면 멋진 진달래 산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막걸리를 파는 분이 있다. 2천원짜리 막걸리 한잔을 마시고 멸치 몇마리로 안주를 삼으니, 그 시원한 맛이 갈증이 확 풀리게 한다.
▲ 서운산 정상
▲ 안성
▲ 정상부근 마지막 진달래꽃
정상을 내려와 쉼터로 되돌아 온다. 이곳에서 탕흥대로 향한다. 낙엽관목과 소나무숲이 번갈아 이어지는 능선의 끝쪽에 탕흥대가 있다. 탕흥대를 못미쳐 자세히 보면 알 수 없는 희미한 토성터가 이어진다. 이것이 서운산성이다. 서운산성은 좌성사 바로 위쪽에 있으며, 임진왜란 당시 이 고장에서 의병을 일으킨 홍계남 장군이 이 산성에 주둔하여 싸웠다는 기록이 있다. 북산리 성지로 불리는 서운산성은 테뫼식 토축산성으로 해발 535m에서 460m 지점에 6~8m 높이에 길이가 1070m에 달한다. 출토된 유물로 미루어 삼국시대에 처음 축조된 것으로 보이나, 임진왜란 때 의병장 홍계남이 왜군을 방어하기 위해 수축하였다고 전한다.
산성 본부가 있던 자리로 추측되는 용굴에서 가파른 길을 5분 정도 오르면 탕흉대다. 탕흉대는 서봉(543m) 아래 서쪽 끝에 돈대처럼 생긴 바위턱으로 이름 그대로 안성과 평택, 성환 일대가 조망되는 가슴이 탁 트이는 천연 전망대다. 그러나 오늘은 황사가 시원한 조망을 방해한다. 탕흥대에서 울창한 송림사이를 빠져 내려오면 서운정이 나온다.
▲ 안성
▲ 탕흥대 내림길
▲ 서운정
좌성사 위쪽에 위치한 서운정은 팔각정자로 이 정자에는 안성 출신의 시인묵객들이 서운산을 예찬한 시와 글씨가 여럿 걸려 있다. 오늘 서운정에는 시인 묵객의 모습은 볼 수 없으나, 시인 묵객보다도 반가운 분을 만났다. 매주 서운산을 찾는다는 이 젊은 산객은 서운산에 올랐다가 서운정에서 친구들과 한잔하고 하산을 한다는데, 오늘은 친구가 급한 일로 오지 못하자 해먹까지 매달아 놓고 홀로 막걸리 통을 따고 있다. "좋습니다" 한마디하니, 같이 한잔 하자고 한다. 못이기는 척 슬그머니 자리를 차고 앉아 메고 온 막걸리를 모두 비우고 나니 알딸딸하다.(잘 마셨고, 제천에 오시면 제가 한 잔 사겠습니다.)
▲ 좌성사
▼ 가문비나무 군락지
서운정에서 알딸딸하여 조금 내려오니, 좌성사가 나온다. 좌성사는 자그만한 암자다. 좌성사를 떠나 임도를 타고 내려온다. 길옆으로 퇴색되어 가는 벗꽃과 이제 막 색감을 더하는 연록을 바라보며 가문비나무 군락지와 잣나무 군락지를 지나면 청룡사 날머리에 다다른다. 서운산은 수려한 암봉도 계곡도 볼 수 없는 그저 관목이 우거진 부드러운 육산이지만 늦은 시간에도 많은 산객들이 찾아오는 것으로 보아 안성인의 사람을 듬뿍받는 행복한 산임을 느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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