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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샐던(1~6강)

바위산(遊山) 2011. 3. 22. 23:43
서론 <마이클 샌델 교수의 하버드 특강 '정의'>

 

하버드대학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강좌 중 하나로 꼽히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 지난 20년간 하버드 학생들 가운데 이 강의를 수강한 학생 수는 14,000명에 이르며 특히 2007년 가을엔 한학기 수강생이 1,115명에 달했다. 2010년 한국에서도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를 바탕으로 한 책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고, 저명 인사들의 독서목록에 오르면서 대중적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내용이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난해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EBS가 2011년 신년기획으로 이 강의를 방송으로 내보내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이 강의에서 '아리스토텔레스'와 '제러미 벤담' '존 스튜어트 밀' '임마누엘 칸트' '존 롤스'와 같은 철학자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도덕, 정의, 자유, 평등을 논하는, 난해하고관념적인 강의가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유는 시대적인 요구에 맞아 떨어진 점도 있지만 '샌델' 교수의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강의 때문일 것이다. 소위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이나, 불가에서 화두를 던지는 듯한 '샌델' 교수의 강의는 일방적인 수업이나 암기식 교육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지고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이끌어 낸다.

우리나라의 현대사는 혼란과 빈곤에서 기적이라 할만큼의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며 ‘정의’가 무엇인지를 잊고 있었거나 알면서도 무시하며 살아왔다. 민주주의가 되었다고는 하나, 정의와 도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민주주의의 틀은 갖추었지만, 정의와 도덕이 결핍된 구성원들로 인하여 민주주의에 대한 왜곡된 사고와 행동이 표출되고 있다. 예전엔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던 우리가 정의와 자유, 도덕과 평등같은 필수적 덕목을 간과하고 갈등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정의와 자유, 도덕과 평등에 대하여 더 많이, 더 깊이 생각하고 실천하여 구성원간의 갈등을 줄여 나가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 모두의 행복지수를 높혀줄 유일한 방법이며,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지켜야 할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 마이클 샌델' 교수는 정의와 자유, 도덕과 평등에 대해 모두 12회의 강의에서 까다로운 도덕적 딜레마들을 제시하며, 어떤 선택이 정당한지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전차를 인부 1명이 일하는 선로와 5명이 일하는 선로 중 어디로 몰고 가야 할까? 조난을 당해 오랫동안 굶주린 선원들이 제일 약한 소년을 잡아 먹었다면, 그 행위는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있을까? 사람의 목숨에 값을 매기는 건 가능하고 정당한 일일까? 안전띠나 오토바이 헬멧 착용을 법으로 강제하는 건 잘못일까? 국방, 치안, 사법제도 이외의 목적을 위해 세금을 거두고 사용하는 건 잘못일까? 정자 기증, 난자 기증, 상업적 대리출산은 아기를 사고파는 것과 비슷할까? 선의의 거짓말도 거짓말이기 때문에 잘못된 것일까? 미국의 많은 대학이 실시하고 있는 소수집단 우대제도는 정당할까? 선천적 장애가 있는 골프선수는 카트를 타고 경기에 임할 수 있을까? 샌델의 질문은 끝이 없다. 그리고 정해진 모범정답도 없다. 도덕적 문제는 흑과 백의 이분법으로 가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쉴 새 없는 질문속에,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간의 반박이 오가며 지성의 토론장인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를 정리해 본다.

 

제1강 <벤담의 공리주의>
하버드대학 샌더스극장에서 진행되는 샌델 교수의 강의는 지루하거나 고리타분하지 않다.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문제들이나 재미있는 가정을 가져와 그 안에 숨은 철학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시간인 “벤담의 공리주의”는 흥미로운 가정으로 시작한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전차를 인부 1명이 일하는 선로와 5명이 일하는 선로 중 어디로 몰고 가야 할까? 5명 대신 1명을 희생시키는 게 정당하다면, 선로 밖에 있던 1명을 밀어 넣어 전차를 멈추는 건 어떨까? 19세기 영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정의와 도덕의 소재로 삼고, 조난을 당해 오랫동안 굶주린 선원들이 제일 약한 소년을 잡아먹었다면, 그 행위는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있을까에 대하여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에 대하여 각각의 경우에 대해 판단을 내리며, 우리는 두가지 방식의 도덕적 원칙을 인식하게 된다. 행위의 결과에 따라 도덕성을 판단하는 결과론적 도덕 추론과, 절대적인 도덕규범에 따라 도덕성을 판단하는 정언론적 도덕 추론이다.

 

제2강 <공리주의의 문제점>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 이론 중에서 가장 널리 이용되는 ‘비용과 편익 분석’ 이야기로 시작된다. 기업과 정부가 늘 이용하는 것이다.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는 체코인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이 정부에 이익이 된다는 비용, 편익 분석을 내놓았다. 포드는 비용, 편익 분석을 근거로 자동차에 안전장치를 달지 않았고, 그 결과 사람들이 죽고 부상을 당했다. 이처럼 사람의 목숨에 값을 매기는 건 가능하고 정당한 일일까? 1930년대, 한 심리학자는 불쾌한 경험들의 목록을 만들고, 얼마를 주면 그 경험들을 하겠냐고 청년들에게 물었다. 그의 연구는 선과 가치도 하나의 단일통화로 환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까? 

공리주의에 대한 또 다른 반박은 개인 혹은 소수집단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수 로마인들의 행복을 위해 기독교인들을 사자 우리에 던져 넣은 것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 후대의 공리주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이런 반박들에 대해 답을 제시하고 공리주의를 보다 인간적인 철학으로 만들고자 했다. 밀은 먼저 고급쾌락과 저급쾌락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샌델'과 학생들은 '셰익스피어'의 연극과 만화영화 ‘심슨가족’을 이용해 밀의 주장을 실험해본다. 밀은 개인의 권리에 대한 반박에도 대답을 내놓는다. 그는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그 이유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공리를 증진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와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가 어떻게 다른지, 공리주의를 둘러싼 도덕적 문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질문을 던진다.

제3강 <자유지상주의와 세금>
세 번째 시간에는 자유지상주의에 대해 알아본다. 개개인을 공동체 행복의 도구로 보는 공리주의와 달리 자유지상주의는 개인의 자유권을 근원적인 권리로 본다. 개개인은 개별적 존재이고, 사회가 의도하는 일에 이용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얘기다. 자유지상주의를 대표하는 철학자 '로버트 노직'은 국가의 역할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그가 주장하는 최소국가는 시민보호를 위한 온정주의적 법률에 반대하고, 도덕법에 반대하며, 부의 재분배에 반대한다. 안전띠나 오토바이 헬멧 착용을 법으로 강제하는 건 잘못일까? 동성애자의 성적 접촉을 법으로 금지하는 건 잘못일까? 국방, 치안, 사법제도 이외의 목적을 위해 세금을 거두고 사용하는 건 잘못일까?

'노직'은 세금이란 개인의 소득을 가져가는 것이고, 그것은 강제노동과 다르지 않으며, 노예상태와 같다고 말한다. 여기서 자유지상주의에 깔린 기본개념 ‘내가 나의 주인이다’가 나온다. 세금은 자기소유의 원칙을 위반하기 때문에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가난한 사람한테는 돈이 더 절실하고, 민주사회의 피통치자가 동의한 징세는 강압행위가 아니며, 성공한 사람들은 사회에 빚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자유지상주의는 공리주의의 부작용을 해결하려고 했다. 개인을 집단의 행복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내가 나의 주인이라는 자기소유의 개념에 호소한 것이다. 자유에 대한 권리를 절대적인 것으로 보는 자유지상주의는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빌 게이츠나 마이클 조던 같은 이들한테 세금을 물려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한지에 질문을 던진다.

 

제4강 <존 로크와 자유지상주의>
네 번째 시간에는 자유지상주의와 미국 독립선언에 큰 영향을 준 영국 철학자 '존 로크'의 사상에 대해 알아본다. 로크는 국가가 개인의 기본권 중 일부를 제한할 수 없고, 재산권을 자연권으로 본다는 점에서 자유지상주의와 유사해 보인다. '로크'는 자유롭고 평등한 자연 상태에도 자신의 자연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제약은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른바 ‘양도할 수 없는 권리’다. 생명, 자유, 재산에 대한 양도할 수 없는 권리는 국가보다도 먼저 나타났다. '로크'는 또한 자기소유 개념에서 노동을 통한 재산 생성을 설명한다. 채집과 사냥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경작을 통해서도 인간을 재산을 얻으며, 경작을 하고 울타리를 치는 경우에는 땅까지 소유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존 로크'에게 두 번째로 중요한 주제는 합의다. 로크는 합법정부는 합의에 기반을 둔 정부라고 말한다. 자연 상태를 벗어나 공동체를 세울 때 사람들은 합의를 하고, 그 합의는 커다란 구속력을 가진다.

 

자유지상주의와 비슷해 보이던 로크는 ‘합의’라는 문제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로크에게 합의는 아주 중요하고, 다수의 합의가 만들어낸 법률은 개인의 기본권마저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왕이나 절대 권력자의 변덕에 의한 임의적인 지배가 아니라면, 징집을 통해 시민을 전쟁터에 내보내고, 세금을 거둬들여도 '로크'에게는 권리 침해가 아니다. 후대의 많은 사상가에게 큰 영향을 끼친 '존 로크'. 하지만 그가 토지에 대한 사유재산을 옹호한 건 어쩌면 북아메리카 식민지 중 하나의 행정관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한다. 자유지상주의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로크'의 사상에 질문을 던진다.

제5장 <합의의 조건>
다섯 번째 시간에는 ‘합의의 조건’이라는 문제를 고민해본다. 존 로크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률을 이용해 시민을 징집하는 건 자연권 침해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문제는 좀 더 복잡하다. 남북전쟁 당시 북군은 징병과 유급 대리복무가 혼합된 병역제도를 운영했다. 먼저 국가가 징병대상을 선정한다. 만약 징병대상자가 군대에 가기 싫다면, 그는 돈을 써서 대리인을 구하면 된다. 실제로 남북전쟁 당시 많은 이들이 대리인을 사서 전쟁에 가는 걸 피했다. 시장에서 복무 대리인을 구하는 것을 정당하고 공정하다고 볼 수 있을까? 급여와 다양한 복지를 제공하며 사병을 모집하는 미국의 100% 지원병제는 남북전쟁 때의 징병제도와 어떻게 다를까? 징병제와 의무병제, 용병 고용 중에서 가장 도덕적인 병역제도는 무엇일까?

시장은 병역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식과 출산으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불임전문병원들이 늘어나며, 미국에서는 난자와 정자 기증자, 대리모를 찾는 광고가 흔한 일이 됐다. 샌델 교수는 이번 토론의 주제로 ‘아기 사건’을 선택했다. 아이를 낳지 못 하는 스턴 부부는 대리모 메리 베스 화이트헤드와 계약을 맺었다. 화이트헤드가 스턴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해 아이를 낳은 뒤, 아이를 스턴 부부에게 입양시키고 대신 돈을 받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출산 후 화이트헤드는 아기를 키우겠다고 마음을 바꾼다. 사건은 법정으로 넘어갔다. 성인들의 합의에 의해 맺어진 대리출산 계약은 이행돼야 할까? 상업적 대리출산은 아기를 사고파는 것과 비슷한 것일까? 진짜 자유로운 합의가 맺어지려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까? 함께 철학적 논쟁으로 들어가보자.

 

제6장 <임마누엘 칸트의 도덕론>
여섯 번째 시간에는 난해하기로 유명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사상을 살펴본다.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에서 칸트는 두 가지 의문에 대해 답을 제시한다. ‘최고의 도덕원칙은 무엇인가?’와 ‘자유는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의문이다. 칸트는 자유와 도덕, 이성에 대해 까다롭고 엄격한 개념을 제시한다. 자유는 스스로에게 부과한 법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덕은 목적 그 자체를 선택하는 것인데, 이는 인간이 이성적 존재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기 때문에 존엄하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돼야 한다고 칸트는 주장한다. 또한 칸트는 도덕이 동기에 달려 있으며, 선한 동기는 의무 동기라고 말한다. 

칸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대조되는 개념들을 염두에 두는 게 좋다. 도덕을 결정하는 동기에는 의무 동기와 끌림 동기가 있다. 자유를 결정하는 의지 결정 방법에는 자율과 타율이 있고, 이성이 내리는 명령에는 정언명령과 가언명령이 있다. 정언명령은 다른 목적에 기대지 않는 명령이고, 가언명령은 ‘X를 위해 Y를 하라’는 명령이다. 칸트는 정언명령의 세 가지 공식도 제시한다. 첫째는 보편적 법칙의 공식이다. 어떤 행동이 정언명령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을 보편화했을 때 모순이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둘째는 목적으로서의 인간의 공식이다. 칸트는 인간이 그 자체에 절대적 가치를 지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성적 존재이기 때문에 존엄성을 갖는다는 설명이다. 엄격하고 까다로우면서도 현대인의 사고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임마누엘 칸트의 철학을 함께 공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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