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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산 석화봉, 신선봉 알바산행

바위산(遊山) 2010. 9. 25. 14:58

산행일 : 2010년 9월 23일(목)

날   씨 : 맑음

누구와 : 진료원장님

어데에 : 직바위골 - 석화봉 - 신선봉 - 직바위골(5시간) 

 <신선봉>

추석연휴를 맞아 당직을 하시던 지원장님이 산행을 요청한다. 요즘 싱숭생숭하신 마음을 풀어보고 싶으신 것 같다. 모처럼 같이 하는 산행에 소백의 상월봉, 국망봉을 돌아 비로봉까지 빡씨게 걸어보고 싶어 단양으로 향하였으나, 폭우로 인한 것인지, 도로가 막혀 진입이 어렵다. 급히 방향을 틀어 석화봉으로 향한다. 대흥사골 올산리를 못미쳐 직바위골에 도착한다. 예전에 석화봉에 올랐을때는 인적조차 찾아보기 힘든 오지의 계곡이어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알탕을 한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황정산자연휴양림이 생기고 팬션과 오토캠프장이 생겨 휴양지가 되어버렸다.    

대흥사 계곡길은 버섯을 따러온 차량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대흥사 계곡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올산과 황정산이 버섯이 많기로 유명한 산이다 보니, 버섯꾼들이 몰려온 것 갔다. 휴양림 입구에서 2,000원씩의 입장료를 받는다. 그것도 순수 등산객만 입장시키고 버섯꾼들의 입장은 허락하지 않는다. 팬션을 지나 오르면 사방댐이 나온다. 예전에 폭우에 계곡이 유실되어 조성된 사방댐을 지나 골을 타고 오른다. 계곡엔 티없이 맑은 물이 흐르고 수림은 밀림처럼 우거져 있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은 꽤나 뚜렷한 등산로가 있다. 그러나 30분쯤 걷다보니, 길이 없어졌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드나 북쪽으로 직등을 하면 석화봉이 나올 것 같아 등산로 없는 가파른 산판을 잡목을 헤집고 바위를 돌아 오른다. 이렇게 30분 정도 고행의 알바를 하자 능선이 나온다. 산판엔 여기저기 싸리버섯이 돋아 있고 먹버섯의 모습도 보인다. 산판에서 만난 버섯꾼의 보따리를 구경하니, 능이도 많고 송이를 딴 사람도 더러 있는 것 같다. 능선을 못미쳐 척박한 마사토에 활짝핀 송이 두개를 발견하였다. 알바로 얻은 행운이니, 행운은 평범한 일상에서는 일어나가 쉽지 않는 것 같다.

능선에 올라 또렷한 등산로를 조금 오르다 보니 바위가 있는 전망대에 서게 된다. 그러나 위치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석화봉(石花峰 834m)은 충북 단양군 대강면 올산리의 첩첩산중을 이룬 대흥사 계곡 속에 숨은 듯이 솟아 있는 산이다. 올산리 남쪽 백두대간상의 저수령에서 서쪽으로 벋는 지릉에서 수리봉과 황정산 사이에서 동북 방향으로 다시 가지를 치고 달아나는 지능선상의 봉우리로, 산이름이 석화봉인 까닭은 시원하게 벋어나간 암릉위에 하얗고 거대한 바위가 그야말로 꽃송이 모양을 하고 있는 석화바위가 있기 때문이다. 이 능선을 따라 가면 절로 웃음을 짓게하는 째진바위, 궁둥이바위,백곰바위등이 늘어서 있다.  

<흰봉산.도솔봉.연화봉 능선>

알바를 하다보니, 석화봉을 지난 곳으로 오른 것 같다. 이곳에서 석화봉을 지나 석화바위로 하산하여야 하는데, 석화봉을 못미친 것으로 착각하여 계속 능선을 따라 오른다. 능선을 타고 오르다 보면 커다란 암봉에 오르게 된다. 암봉에서의 조망은 아주 좋다. 폭우가 휩쓸고 간 뒤의 깨끗한 하늘이 좋은 시계를 만들어 준다. 북으로 황정정산과 영인봉이 오똑하고 동으로 흰봉산을 지나 소백의 도솔봉과 연화봉이 장쾌한 산맥을 이루고 늘어서 있다. 

 <황정산과 영인봉>

 

 

 

 

 

첫번째 암봉을 내려서서 잠시 걸으면 두번째 암봉에 오르게 된다. 이곳에서 과일을 먹으며 잠시 쉰다. 능선의 상단으로 또하나의 암봉이 보이고 암봉위에 소나무가 멋스럽게 자라고 있다. 그러나 저 암봉으로 오르는 길은 없다. 암봉을 우회하여 가파르게 오르면 수리봉.신선봉에서 황정산으로 향하는 주능선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신선봉으로 오른다. 

 

 

 

 <신선봉 북사면>

 

 

 

 

 

 <도락산(좌)과 황정산(우)>

 

 

 <석화바위>

 

 

 <석화봉.신선봉 등산지도>

 

 

주능선상에는 칼바위 암릉이 있다. 이곳은 매우 위험한 구간이다. 칼등같은 바위의 중단을 발하나 디딜틈을 밟고 전진하는 크레바스(횡단)구간으로 왼쪽 아래로 발달된 우회로가 있으니,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오금이 저리도록 아슬아슬 전진하다 뒤돌아 보니, 지원장님은 포기하고 되돌아가 우회로를 택한다. 이제서야 먹고 살만한데, 좀 더 사셔야 한단다. 우회로는 암봉의 하단으로 내려가 밧줄을 잡고 다시 올라야 한다. 

암릉구간을 지나 잠시 가파르게 오르면 신선봉에 오르게 된다. 신선봉 꼭대기에는 깊이 20cm 물웅덩이가 세 개 있고, 길이 1m 되는 발자국 흔적도 있다.도예촌이 있는 방곡리에서 신선봉을 오른다음 수리봉으로로 돌아 방곡리로 하산하는 암릉코스는 암릉산행의 백미로 짜릿함을 안겨주는 산행코스다. 신선봉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 하산을 한다. 그러나 하산길이 또한 고행의 길이다. 지원장님 왈, 타고 올라온 길이 멀어 보였는지, 버섯꾼이 올라서 있는 암봉을 보고 등산로인줄 알고 직하를 하자고 한다.

<신선봉 정상>

 

 

 <수리봉>

 

 

소백산 자락이 충북 단양과 경북 예천군을 경계 이루는 저수령으로 가라 앉았다가 서남진한 것이 흰봉산과 도솔봉을 일으키고 묘적봉과 송봉능선으로 뻗어 나가고 서진하는 백두대간이 벌재에 이르기 전 살짝 들어올린 산이 옥녀봉(1,076m)이다. 이 옥녀봉에서 백두대간을 이탈하여 북서쪽으로 거지를 치는 산줄기가 있다. 이 산줄기가 장구재에서 잠시 가라 앉았다가 선미봉(1,080m)을 들어올린 다음, 계속 북서로 달아나며 아름다운 바위봉을 빚어놓은 산이 수리봉(1,019m)신선봉과 황정상(959m)을 지나 도락산으로 이어진다. 모두가 단양을 대표할만한 수려한 명산들이다.  

 <멀리 보이는 금수산>

 

 

그러나 버섯꾼들의 희미한 발자욱은 잠시뿐으로 길이 없어지고 만다. 가파른 산판은 계곡을 덮은 돌과 폭포들로 내려서기가 만만치 않고, 밀림처럼 우거진 수목으로 한낮인데도 음침할 정도로 어두워져 있다. 더구나 비에 젖은 산비알은 매우 미끄러워 줄줄 미끄러져 내린다. 길이가 긴 지원장님, 몇번은 미끄러져 위험한 고비를 남기고서야, 산 아래에 다달으니 등산로가 나온다. 산행의 절반 이상을 알바로 채운 산행시간은 5시간이 소요되었다.  하산하여 계곡에서 땀을 닦으니, 그 시원함이 몸과 마음을 모두 정화시키는 듯하다. 제천에 돌아와 고기를 구워 송이를 곁들여 한잔하는 그 맛이 일품으로 오랫동안 기억속에 머물러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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