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충 청 권

조령의 할미봉, 신선봉 번개산행

바위산(遊山) 2010. 8. 24. 17:10

 

<수옥폭포>

 

언   제 : 2010년 8월 21일(토)

날   씨 : 맑음(찜통더위)

누구와 : 창민산악회 5명

어데에 : 조령의 레포츠공원-뾰족봉-할미봉-900봉-신선봉안부-휴양림매표소-레포츠공원(4시간)

 

8월의 하순으로 접어 들어도 찜통더위는 가실줄 모른다. 이런 날씨에 산에 오르기가 부담스러웠는지, 산행계획을 취소하고 야유회를 하잖다. 올 여름은 지겹도록 야유회를 자주한다. 부서별야유회, 집안야유회, 모임야유회, 동창야유회 등 이유도 많다. 그러나 야유회는 저조한 참석율로 흐지부지하고, 몇몇 여사님들의 산행 요구에 조령으로 향한다. 폭염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신선암봉을 다녀온지가 몇년은 된 듯하고, 울 여사님들께 신선암봉의 장쾌한 암봉과 스릴을 선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굳이 암봉산행을 주저하시는 여사님들의 의견에 따라 신선봉으로 산행지를 변경한다.

                                                 <마애불상>

소조령 수옥정관광지를 못미쳐 거대한 미륵불상이 있다. 신라말 범어사의 고승인 어상조사가 축조하였다는 설도 있고 고려때 전라도의 나옹대사가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임진왜란때 중국의 이여송이 불상의 모양이 장사처럼 생겨 이곳에서 장사가 많이 나올 것 같다고 하여, 조선의 정기를 끊기 위하여 코를 떼어 같다고 전한다. 미륵불의 코는 잘라 간 정도가 아니라 아예 깊이 후벼파서 움푹 패여 있다. 미륵불 앞에는 양초를 무인으로 판매하고 있어, 관광객들이 불공을 드리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수옥관광지 입구로 작은 팔각 정자인 수옥정 옆으로 수옥폭포가 있다. 높이가 20m, 폭이 10m쯤 되는 수옥폭포는 물이 옥처럼 맑고 녹색을 띤다하여 수옥이라 하며,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하여 이곳으로 피난을 온 뒤에 초가를 행궁으로 하고 작은 절을 지어 불사로 삼고 폭포위에 작은 암자를 지었다고 한다. 수옥정은 조선조에 연풍현감인 조유수가 자신의 삼촌인 조상우의 청렴함을 기리기 위하여 축조하였는데 소실된 것을 1960년대에 이지역 유지들이 폭포 옆에 팔각정으로 다시 축조하였다고 전한다. 선조때 단원 김홍도가 연풍현감으로 부임하여 월악 부근의 명산들을 그려 선조에게 올리고 하였는데 이때 수옥폭포도 같이 그려 보냈다고 한다. 조정의 대신들이 정사 보고는 하지 않고 그림만 그려 올리는 김홍도를 파직하자며, 몇번의 상소를 올렸지만 선조는 화가가 그림만 잘 그리면 되지 않겠냐며 덮어 주곤 하였다고 한다. 수옥정폭포는 사극의 단골 촬영지로 "용의 눈물"에서 "강수연"이 목욕하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며, 그밖에도 주몽, 연개소문, 다모, 여인천하등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신선봉(967m)은 충주시와 문경시 경계인 하늘재 방면에서 서진하여 월항삼봉에서 백두대간 주능선인 마패봉(910m)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이탈하여 서쪽 능선상에 오똑하게 일어난 삼각형 바위봉이다. 산세가 아름답고 암봉으로 이루어져 산행의 재미가 쏠쏠한 산이나, 인근의 조령산이나 월악산 명성에 가려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요즘들어 많은 산객들이 즐겨 찾고 있다. 신선봉의 옛 이름은 할미봉이다. 지금도 원풍리 노인들에게 신선봉을 가리키며 산 이름을 물으면 어김없이 할미봉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예부터 주민들이 불러왔던 할미봉이라는 이름은 할미바위가 있는 봉우리를 말하고 정상엔 신선봉이라는 이름이 표지석에 새겨져 있다.

 <연어봉>

소조령 안티마을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산으로 접어든다. 빼곡히 들어선 수목사이로 잠시 부드럽게 걷다보면 비알은 점점 가파라진다. 숲에는 이름모를 버섯들이  여기저기 돋아 있고 송림의 끝으로 암반슬랩이 보인다. 어제밤 과음탓도 있겠지만 여름산행은 처음 30~40분을 힘들게 한다. 온몸은 화로처럼 후끈거리고 줄줄 흘러 내리는 땀을 주체하기가 힘들다. 이러한 어려움은 뾰족봉에 올라 능선을 걸을쯤에서야 조금 풀린다. 능선에 올라서면 아래로 주차장과 함께 수옥관광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깃대봉을 지나, 신선암봉과 조령산이 장쾌하게 조망된다.      

<깃대봉.조령산>

<수옥정관광지>

첫번째 봉우리인 뽀죽봉에오른 뒤에는 부드러운 능선을 걸어야 한다. 능선을 걷다보면 왼쪽으로 연어봉이 내려다 보인다. 연어봉은 커다란 암봉이 기차처럼 늘어서 있다하여 기차바위라고도 부르나, 암릉위에 연어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하여 연어봉이라고도 부른다. 신선봉은 산행지도마다 지명도 다르다. 제1봉을 뾰족봉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으며, 신선봉과 마주하고 있는 900봉을 뾰족봉이라고도 하나, 제1봉이 뾰족봉-할미봉(할미바위 있는 곳)-촛대봉(신성봉과 마주한 900봉)-신선봉-마패봉-부봉-주흘산으로 이어지는 것이 맞을 듯하다.   

 <암릉길(상)과 할미바위(하좌)>

뾰족봉에서 신선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암릉의 오른쪽은 수십 길 절벽이다. 절벽 마다에는 분재처럼 노송들이 소담하게 붙어 있다. 여기에다 오른쪽으로는 조령 제3관문 너머로 주흘산과 깃대봉이 시야에 들어와 풍광에 멋을 다해준다. 이어지는 노송 아래 아기자기한 암릉을 타고 10분 가량 올라가면 펼쳐진 부채살을 보는 듯한 노송이 나타난다.  이 노송에서 조금 아래는 누가 보아도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오는 할미바위가 반긴다. 폭 2m에 높이 4m 크기인 할미바위는 생김새가 등허리에다 손자를 업고 남쪽인 원풍리 방면을 내려다보는 모습이다. 자연석인 할미바위는 단정하게 빗어내린 머리와 인자하게 생긴 얼굴모습, 저고리와 치마 등이 일부러 조각해 놓은 것처럼 보여 그럴듯하다. 할미바위를 지나, 능선길로 전진을 하다보면 제법 밧줄구간도 나오고 소나무가 어우러진 암릉길이 아기자기하다.    

  <촛대봉>

암릉을 걷다가 잠시 치켜 오르면 방아다리바위가 있는 전망대에 오르게 된다. 이곳에서의 조망도 아주 좋다. 이곳은 연어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로 힘들게 신선봉에 오르기가 싫다면 연어봉을 돌아 주차장으로 원점회귀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나온 암릉길>

이미 점심때가 지났으니, 중간에 잠시쉬며 과일등으로 요기를 한다. 오늘은 벙개산행으로 점심도 준비하지 않았고 물도 소량을 준비하였는데 이미 바닥이 나고 말았다. 잠시 안부로 가라 앉았던 능선은 가파르게 촛대봉으로 치켜 올라간다. 촛대봉에서 자연휴양림매표소에서 오르는 안부로 내려서면 앞으로 신선봉이 오똑하게 올려다 보인다. 이곳부터는 다시 가파르게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한다. 이정표에는 신선봉 15분, 휴양림매표소 50분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모두들 힘들어 하는 것 같다. 폭염에 땀을 많이 흘린데다, 물이 떨어졌으니, 온몸이 늘어질 것은 분명하다. 신선봉을 15분 남겨 놓고 이곳에서 휴양림매표소로 하산을 한다. 나야 신선봉을 여러번 올랐지만 울 여사님들 신선봉 암봉의 바람과 일망무제의 조망을 구경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하산길은 골을 타고 돌이 널려 있는 너덜길을 가파르게 내려서야 한다. 오래전에 이곳으로 오를때는 길이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많은 산객들이 다닌 탓인지 그리 불편함은 없다. 하산중 계곡에서 물소리가 들려온다. 사방에서 스며들은 물줄기가 밖으로 솟아 흐르는 듯하다. 이곳에서 목도 축이고 땀을 씻으니, 조금은 살 것 같다. 하산을 하여 식당가에서 동동주와 함께, 조리를 다시 하여야 할 만큼의 별미(?)인  늦은 점심으로 허기를 때우고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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