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긴 장마와 태풍이 나들이를 어렵게 한다. 더위도 한풀 꺽이고 하여 호젓한 숲길을 걸어볼까하여 찾아 간 곳은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과 평창군 방림면을 연결하는 고갯길 문재(해발 815m)를 넘는 경강도로 옛길이다. 새 길이 나고 사람들의 발자취가 끊기면 옛길이 된다. 이 옛길 산릉으로 이어지는 명품숲길은 2010년 산림청이 가장 먼저 '명품숲'으로 지정했지만 산꾼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 곳은 산릉을 가득채운 수령 80~100년 가까운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 일품이다.
상암리 입구에서 문재 정상까지 약 5.6km 구간은 흙먼지 날리던 비포장 국도였기 때문에 경사가 완만해 걷기에도 부담이 없다. 이 옛길을 따라 산릉으로 길게 이어지는 명품숲길에는 아름드리 황장목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고, 곳곳에 낙옆송과 잣나무 숲도 보인다. 이곳은 공식 명칭이 없고, 횡성군청 관광안내에도 소개되지 않고 있어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나, 주변 사람들은 이곳을 ‘사재산 명품숲길’이라 부른다. 문재는 겨울산행지로 유명한 백덕산 산행기점이기도 하다. 겨울에 차량이 오르기 어려우니, 대부분 문재터널 쪽에서 오른다.
찾아가는 방법은 네비양에게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상안리 217-2번지를 물어보면 친절하게 안내하여 준다. 상안리로 들어서면 ‘낙엽송 소나무 명품숲’이란 안내판이 서 있고, 들머리에 천막을 치고 안내하는 분이 친절하게 맞이한다. 명품숲길은 4코스로 나뉘어 있다. 고개를 오르면서 A.B.C.D코스다. A코스 입구에 전체 안내도가 있고, 각코스마다 안내판이 있으나, 퇴색되었고, 이해하기도 어렵게 만들어져서 안내판을 믿고 산행을 하기는 부담스럽다.
산행코스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문재를 차로 오르면서 각코스 앞에 주차하고, A코스(20분) B코스(1시간) C코스 (2.5시간) D코스(3.5시간)을 코스별로 돌아보는 방법과 들머리에서 조금 올라 A코스 못미쳐 '소나무명품숲길' 안내판을 따라 산 능선으로 가파르게 올라 능선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D코스 까지 경유하여 문재 정상 전망테크로 내려오면 된다. 하산은 누군가가 차로 데리러 오기 전에는 옛길을 따라 걸어 내려와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렇게 하면 한나절의 산행으로 하루를 즐길수가 있다. 나는 문재 정상에 차로 올라 D코스 맛보기로 끝내고, C코스 건너뛰고, B코스로 올라 문재 들머리 소나무 명품길 입구까지 2.5시간 정도 걸어 보았다.
이 길은 조선조 때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고형산이 오솔길이던 산길을 우마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넓혔다. 우찬성까지 지내고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자청해서 관찰사로 내려와 공을 들인 이 일 때문에 사후 부관참시에 비석까지 목이 잘리는 수난을 겪는다. 병자호란 때 조선을 침공한 청나라 병사들이 이 길로 한양에 쉽게 닿을 수 있었고, 이로 이해 인조가 오랑캐의 나라 청에 머리를 조아리는 수모를 당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길은 1970년대까지도 서울과 강릉을 연결하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동해의 해산물이 이 길을 통해 내륙으로 전달됐고, 내륙의 생필품이 문재를 넘어 동해안 지역으로 전파됐다. 일제 강점기엔 목재를 실어내기 위해 차량이 다닐 만큼 길을 넓혔다. 안흥은 횡성에 버금갈 만큼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여관과 식당이 번성했다. 이 무렵 유명한 안흥찐빵’도 싼값으로 배를 채울 수 있는 먹거리로 등장했다.
그러나 영동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안흥도 급격하게 쇠락하고, 경강도로도 국도로서의 역할이 크게 줄어들었다. 1995년에는 문재 아래로 터널이 뚫리면서 도로의 기능을 상실하고 산림을 관리하는 임도로 전락되었다. 이 길은 폐쇄될 때까지도 비포장 ‘신작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비가 와서 골이 패이면 마을 주민들이 삽과 괭이를 들고 땅을 골라야 하였으며, 벼랑길에 버스가 굴러 많은 사망자를 내기도 하였던 곳이다.
골짜기마다 화전민들이 밭을 일구고 살던 사재산은 백덕산(해발 1,350m) 자락으로 백년계곡과 4대적멸보궁이 있는 영월의 법흥사를 둘러싼 사자산을 말한다. 예로부터 이 산엔 4가지 보물(산삼, 석청, 참옻나무, 전토)이 있다고 해서 사재산이고도 불렀단다. 한국지명유래집에는 벌꿀인 석청이 빠져있고 ‘동칠(동쪽의 옻나무), 서삼(서쪽의 산삼), 흉년에 먹는다는 남토와 북토’를 4가지 보물로 꼽고 있다. 배고팠던 시절에 허기를 채울 수 있는 흙이 최고의 보물이였다는 것에 새삼 격세지감을 느낀다.
C코스는 사람들의 발자취가 적어 건너 뛰고 B코스로 오른다.
B코스 오름길
'산행.여행 > 강 원 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롱이 연못으로 오르는 하이원 고원숲길 (0) | 2020.11.21 |
---|---|
주천(술나오는 샘) 주천강 둘레길(숲가득솟길) (0) | 2020.10.06 |
삼봉이 아름다운 원주.제천의 <감악산> (0) | 2020.07.06 |
천상의 화원 청옥산 육백마지기 샤스타데이지 (0) | 2020.06.20 |
수려하고 장엄한 한국의 명산 <설악산> (0) | 2020.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