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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하여 봄나들이를 자제해 오다 모처럼 나섰다.
길옆으로 화사하게 꽃을 피운 금수산 아래 자리한 상천리로 발길을 돌린다.
옥순대교
금수산(1016m)은 충북 제천과 단양의 경계에 솟아 있다.
청풍호 북쪽, 월악산국립공원 끝자락이다.
가을이면 단풍이 비단처럼 곱다 해서 금수산인데, 이 산 남쪽 자락에 상천리가 있다.
금수산과 가은산 사이 골짜기에 자리한 상천리는
윗마을 초경동과 아랫마을 백운동으로 이뤄졌다.
백운동 마을 노송군락지
자드락길 안내판
400여 년 전 임진왜란 때 왜적을 피해 박씨 성을 가진 사람이 들어와 “다래나무 덩굴을 쳐내고” 정착하면서 마을이 생겼다고 한다. 현재 초경동에 17가구, 백운동에 40여 가구가 산다. 초경동 끝 가은산 등산로 들머리에서 초경동·백운동마을을 내려다보면 풍경이 그림 같다. 좌우로 가은산과 금수산 줄기가 내달리고 멀리 청풍호 물길까지 눈에 잡힌다. 그 사이로 구불구불한 마을길과 집들과 숲이 어우러져 한참을 서서 바라보게 만든다.
봄이면 이 마을에 유난히도 많은 산수유가 일제히 노란 꽃을 피워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놓는다.
마을 뒤편에 자리한 용담폭포와 선녀탕도 또 하나의 절경을 만들어 놓는다.
풍광이 좋다보니 마을 곳곳에 새로 집을 짓고 들어와 사는 외지인들도 부쩍 늘고 있다.
백운동 마을 한가운데 오래된 소나무 숲이 있고,
초경동 들머리엔 오래된 참나무 숲이 있다. 이 마을의 당산나무숲이다.
가지 끝엔 겨우살이 뭉치와 까치집들이 걸려 있다.
참나무 밑둥은 상처 투성이다. 옛날 먹을 것 없을 때 도토리를 털기 위해
돌로 밑둥을 쳐대는 바람에 생긴 자국들이다.
내 고향 뒷산의 참나무들도 그러한 상처를 안고 살았었다.
마을 사람들은 가은산을 가는산이라고 부른다. 고라데이(골짜기)가 많아서 산이 막 가는 것처럼 보이니 가는산이라 한다. 6개 봉우리를 유순하게 이어 놓은 가은산은 곳곳에 암릉과 골짜기를 만들어 놓았다. 첩첩이 이어지며 흘러내린 산줄기가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오는 것 같기도 하다. ‘가는산’ 줄기엔 아흔아홉 골짜기가 있는데 옛날 마고할미가 잃어버린 가락지를 찾느라 손가락으로 파서 생긴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
백운동에서 ‘가는산’ 쪽을 바라보면 산자락에 비쭉 솟은 바위가 서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바위를 ‘시계바우’라고도 하고, ‘한나절바우’라고 불렀다. 지도엔 이 바위를 ‘정오바위’라고 표기했다. 해가 바위위에 오면 한나절이 지난 거란다. 연산군의 세 자녀가 유배지에서 감자로 연명하고 버들피리를 불던 곳, 정선의 취적봉에도 이러한 시계바위가 있다.
보문정사
용담폭포
코로나 염려에도 주차장은 만원이다. 산악회의 단체산행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가족끼리, 친구끼리 금수산을 찾은 단촐한 산객들이 대부분이다. 상천리 백운동과 용담폭포, 초경동까지 산책삼아 느긋하게 둘러본다. 청풍호 자드락길의 하나인 백운동에서 옥순대교까지 걸어보는 것도 따스한 봄날을 만끽할 수 있는 한가로운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초경동 들머리의 참나무(당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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