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군 연풍의 수옥폭포>
모처럼 고향친구들이 괴산에서 만났다. 먼저 온 팀은 늦은 팀을 기다리다 먼저 연풍에 있는 수옥폭포를 둘러 본 뒤 산막이옛길에서 합류하여 은자의 골짜기라는 갈은구곡(계곡)을 둘러 보았다.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과 수려한 바위와 우거진 숲이 자연을 그대로 보여주는 아직은 찾아 오는자 많지 않은 곳이 갈은구곡이다.
갈은구곡은 바위에 새겨진 시구(詩句)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들머리 갈은동문에서부터 선국암에 이르는 아홉 풍경은 옛 선인들이 노래한 글귀를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가히 비경이다. 충북 괴산군 칠성면에 위치한 갈은구곡은 군자산과 비학산, 옥녀봉에 감춰져 있어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태초의 모습 그대로다. 계류는 수정처럼 맑고 원시림에 뒤덮인 숲은 울창하며, 수호신처럼 듬직한 바위는 저마다 생김새가 기묘하여 심산유곡의 진수를 맛볼수 있는 곳으로 너럭바위에 걸터 앉으면 시심하나 저절로 떠오를만한 곳이다.
대부분 옥녀봉과 같이 산행하거나, 최근에 조성된 괴산호 출렁다리에서 신선대를 돌아 갈은계곡으로 이어지는 충청도양반길 2코스를 돌아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처럼 고향친구들이 모여 갈은구곡을 돌아 보기로 하였다. 갈은마을에서 선국암까지 둘러보고 갈은마을로 돌아오는 길은 왕복4km 정도로 2시간 이내로 충분하다.
칠성댐이라고도 부르는 괴산댐 동쪽으로 소형차량 2대가 피하기도 어려운 소로를 따라 5km정도를 굽이굽이 들어가면 은자(隱者)의 마을인 갈은마을이 있다. 예전에는 비포장에 버스도 다니지 않아 원주민을 제외하고는 인적을 찾기 어렵던 오지였으나, 지금은 자가용이 늘어나고, 마을 입구에 괴산댐 출렁다리가 만들어 지고 댐을 마주하고 있는 산막이옛길이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하며,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는 곳이다. 괴산에는 아홉 풍경을 거느린 이름난 계곡이 제법 많다. 이른바 ‘구곡’(九曲)을 품은 계곡은 화양·선유·쌍곡·갈은·연하·고산·풍계계곡 등이다. 이 중 연하구곡은 괴산댐에 수몰이 되어 볼 수가 없게되고, 지금껏 외지인의 발길이 뜸하여 오지로 남아 태초의 풍경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는 곳이 갈은구곡이다. 갈은구곡은 9곡마다 한시를 지어 암석에 새겨놓은 전국에서도 유일한 계곡이다.
<갈은동문>
갈은마을은 갈론마을이라고도 부른다. ‘칡뿌리를 양식으로 해 은둔하기 좋다’ 뜻처럼 지금껏 노선버스가 다니지 않고 있는 오지다. 벽초 홍명희의 조부 홍승목과 국어학자 이능화의 부친 이원극이 은둔생활을 보냈고, 구한말 칼레 신부가 천주교 박해를 피해 숨어든 곳이다. 그래서 갈론마을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으나, 칡'갈'자에 숨을 '은'자를 써서 갈은마을이 맏는 것 같다.
<갈은동문 암각>
이곳에서 조선시대 명유현사들이 빼어난 산천경승을 배경으로 구곡을 설정하고 구곡시를 지었다. 구곡을 가장 먼저 설정한 사람은 중국의 주자(朱子)로 천하절경이라는 중국의 무이구곡(武夷九曲)이 기원으로 9.5㎞에 걸쳐 병풍처럼 펼쳐진 암벽에 구곡시가 음각돼 있다. 갈은구곡에는 한시와 함께 김덕호라는 이름이 몇곳에 새겨져 있어 그가 처음 이곳을 구곡으로 명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들머리를 들어서자 우람한 절벽위에 들어앉은 직육면체 바위에는 ‘葛隱洞門’(갈은동문)이라는 글씨가 또렷하다. 그 옆으로 '장암석실'이란 제목과 함께 ‘동의온오하의량(冬宜溫奧夏宜凉), 여고위린시접방(與古爲隣是接芳), 백석평원성축포(白石平圓成築圃), 청산중용요원장(靑山重聳繞垣墻)’이란 시구가 암각되어 있다. 이는 ‘겨울에는 따솜따솜 여름에는 서늘서늘, 태고의 자연과 벗하며 사노라니 마냥 좋아라, 평평하고 하얀 암반은 채소밭 하면 안성맞춤, 청산은 겹겹이 높이 솟아 담장이어라’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곳은 구곡시를 새긴 암벽 아래가 마치 바위 집 같다고 하여 “집바위”라 부르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갈은구곡의 제1곡을 '갈은동문'이라 하지만 '갈은동문'은 갈은구곡의 들머리로 대문과도 같은 곳으로 제1곡은 '장암석실'이 맞는 것으로 본다.
<갈은 제1곡 장암석실>
<갈은 제2곡 갈천정(葛天亭)>
갈천정은 갈은동문 바위 북쪽 계류 건너편 바위지대를 일컫는다. '갈천'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 은거했다는 장소로 갈론마을의 지명유래가 된 곳이라 한다.
갈은동문에서 약 200m 들어간 곳인 합수점 상단부 너럭바위 지대에서 동쪽으로 약 100m 거리인 다래골 입구 계류 건너편 작은 절벽 아래 너럭바위를 휩쓸고 흐르는 옥류가 어우러져 비경을 이룬다. 이름 그대로 신선이 내려왔다는 곳으로 제3곡인 강선대(降僊臺)다. 계류옆 작은 절벽에 강선대(降僊臺)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강선대의 암벽은 암반으로 이어져 개울까지 흐른다. 작은 소에는 풀빛이 감돌고 바위 위에는 노송이 한그루 바위틈을 비집고 뿌리를 박고 있다.
<갈은 제3곡 강선대>
1㎞쯤 걸어 오르면 넓은 소와 시루떡처럼 생긴 바위가 층을 이루고 있다. 구슬 같은 물방울이 흘러내린다는 옥류벽(玉溜壁·제4곡)으로 3m 높이의 암벽이 길게 이어져 장관이다. 이 곳 너럭바위에 앉아잠시 쉬며 여유를 부려본다.
<갈은 제4곡 옥류벽>
<옥류벽 암각>
옥류벽이라 새겨진 옆으로 한시가 암각화 되었으나 무슨 뜻인지 알송달송하다. 옥류벽에서 조금 더 오르면 암벽이 비단 같은 금병(錦屛·제5곡)과 함께 바위가 거북을 닮은 구암(龜岩·제6곡)이 나온다.
<갈은 제5곡 금병(錦屛)>
금병은 옥류벽에서 상류로 약 100m 거리인 협곡이 ㄱ자로 꺾이는 곳 오른쪽 절벽이다. 황갈색 바위벽에 물빛에 반사된 햇볕이 닿으면 그야말로 비단처럼 보인다는 비경지대다. 금병에서 상류로 약 40m 거리에 있는 거북을 닮은 기암이 하나 계곡가에 올라 앉아 있다. 거북바위에서 조금 더 오르면 암반 사이로 맑은 물이 쏱아져 내리는 눈이 시원해질만한 풍경이 나온다. 이 곳이 고승유수재다.
<갈은 제6곡 구암>
고승유수재는 U자형을 이룬 바위지대 가운데로 계류가 흐르는 곳이다. 주변으로 움막터가 있다. 옛날 시인묵객들이 이곳에 머물기 위하여 지었던 움막터로 지금은 오래된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고, 우측에는 정자터가 있으며, 부엌자리 등이 남아 있다.
<갈은 제7곡 고송유수재(古松流水齋)>
<고송유수재 암각>
암각된 고승유수재 옆으로도 작은 글씨로 '고송유수'라 새겨져 있다. 뜻으로 보면 "오래된 소나무와 흐르는 물"이라 하는데, 지금은 없지만 이 곳에 수려한 노송 한그루가 서 있었음을 짐작할 수가 있다. 조선조 때 ‘임꺽정’의 작가 홍명희의 조부 홍승목, 구한말 국어학자 이능화의 부친 이원극의 이름이 음각된 고송유수재는 칠학동천에서 흘러내린 물이 폭포를 이룬 모양새가 뽀얀 명주 같다. 옛 선비들이 집을 짓고 풍류를 즐길만한 풍광이다.
칠학동천은 고송유수재 상단부에 있다. 일곱 마리의 학이 살았다는 칠학동천에는 지금 학을 볼 수 없다. '고송유수'에 노송이 없어지니 학들도 이곳을 떠난 것인가 보다. 학은 없어도 하늘을 보니 흰 구름이 두둥실 떠돌고 수려한 암반위로 쏱아져 내리는 맑은 계곡수가 비경을 말하고 있다.
<갈은 제8곡 칠학동천(七鶴洞天)
칠학동천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옥녀봉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나온다. 이 등산로 갈림길 옆에 제9곡인 선국암이 있다. 신선이 바둑을 두던 자리라는 선국암은 둥굴 넙적한 바위위에 바둑판이 그려져 있고 바둑돌을 넣는 곳도 둥그렇게 파여 있다. 바둑판바위 네 귀퉁이에는 ‘四老同庚(사노동경)’ 글씨가 음각되어 있다. 네 분의 동갑내기 노인들이 바둑을 즐겼다는 뜻이다.
선국암에는 한시가 새겨져 있다. '옥녀봉 산마루에 해는 저물어가건만(玉女峰頭日欲斜) / 바둑을 아직 끝내지 못해 각자 집으로 돌아갔네(我棋未了各歸家) / 다음날 아침 생각나서 다시금 찾아와 보니(明朝有意重來見) / 바둑알 알알이 꽃되어 돌위에 피었네.(黑白都爲石上花)' 밤새 서리가 내려 바둑알이 하얗게 서릿꽃을 피워 놓았다는 아름다운 싯귀다.
<갈은 제9곡 선국암>
이렇게 갈은구곡을 한바퀴 둘러보고(물른 중간에 빠져서 술마시고 목욕하고 한사람도 있지만....ㅠㅠ) 갈은마을 초입에 있는 괴산댐 출렁다리를 둘러본 뒤에 괴산의 올갱이 해장국에 반주를 더한뒤에 해산을 한다. 친구들 잘 돌아 갔을 줄 믿고~ 술 먹고 남의 차에 가방두고 가지마라!!!! 난생 처음 택배 부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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