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강 원 권

가을에 걷기 좋은 길 <치악산 금강소나무숲길>

바위산(遊山) 2015. 9. 29. 15:13

추석연휴의 화창한 날씨가 몸을 근지럽게 한다. 단풍은 이르고 억세를 보러 민둥산이라도 올라가 볼까하였지만 민주주의 신봉자로서 동행자(마누라.딸)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구룡사가 자리한 치악산 국립공원 금강소나무숲길이다. 매표소에서 구룡사를 경유하여 세렴폭포까지 오르는 3km의길은 아름드리 금강송과 전나무, 잣나무, 참나무 등이 빼곡이 우거진 완만한 숲길로 왕복3시간 정도 소요되는 가족단위 트레킹코스로 아주 좋은 곳이다.

 <금강소나무숲길 트레킹코스>

 

 

계절은 완연한 가을이나, 추광은 매우 따까와 후질근히 등줄기를 적셔 놓는다. 그러나 울창한 수목으로 뒤덮힌 금강소나무숲길은 시원함을 만들어 놓는다. 하늘을 뒤덮은 나뭇가지 아래로 상쾌한 바람이 불고, 가뭄으로 수량을 줄여 계곡으로 흐르는 자잘한 물소리와 새소리는 더없이 청량감을 만들어 준다. 원주시 소초면 치악산국립공원 매표소에서 세렴폭포까지는  3km로 그리 길지 않은 길이다. 이길을 계속 오르면 사다리병창을 지나 비로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주차장옆 들머리 시설지구에 앉아 막걸리 감자전을 안주로 막걸리 한 병 후딱 비우고 금송길로 들어선다. 울창한 수목과 수려한 계곡, 구룡사에 얽힌 각종 이야기로 아기자기한 멋을 내는 금강소나무숲길은 이름 그대로 금강소나무가 있는 길이다. 금강송은 일반 소나무에 비해 느리게 자라고 결이 단단해 궁궐을 지을 때 사용됐다고 한다. 그렇다고 금강송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곳에는 전나무 생강나무 자작나무, 잣나무, 갈참나무 등 아름드리 수목이 원시림처럼 들어서 있다.


<구룡사 부도>

 

 

금송길을 걷다보면 스님들의 사리를 모신 묘탑 앞에는 ‘부도’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있고, 아름드리 금강송 옆 안내판에는 소나무 이야기가 적혀 있다. 소나무는 우리말 ‘솔(수리)’에서 유래됐고 으뜸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금송길은 차량 교행이 가능할 정도로 넓다. 또 전 구간이 평지나 다름없어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다. 그저 시원한 수목아래로 가족들끼리, 친구들끼리 유유자적 걸어도 좋은 길이다.

<구룡사앞 전나무숲>

 

 

<구룡사>

 

 

주차장에서 0.9km를 30분쯤 걸으면, 구룡사가 나온다. 구룡사에는 두가지 전설이 있다. 1300년 전 늙은 스님 한 분이 이곳에 절을 지으려고 찾아왔다는 것. 그러나 연못에 살고 있는 9마리의 용 때문에 절을 짓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이 스님은 용들과 도술을 겨뤄 용들을 동해로 쫓아버린 뒤 절을 지었는데 이후 구룡사로 불렸다는 설과, 현재의 구룡사는 ‘九龍寺’가 아니라 거북 ‘구’자의 ‘龜龍寺’다. 조선시대에 몰락해 가는 절에 한 스님이 찾아와 “절이 이처럼 어려워진 것은 절 입구의 거북바위 때문이니 이 바위를 쪼개 없애라”고 했다. 그대로 했지만 절의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후일 다른 스님이 찾아와 절의 몰락은 오히려 거북바위가 동강났기 때문이라며 거북을 다시 살린다는 의미에서 절 이름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도록 권했다고 하는 설이다.

 

 

 

<출렁다리>

 

 

<선녀탕>

 

 

녹음은 계절을 이기지 못하고 추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이곳에 단풍이 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려본다. 출렁다리를 지나 자연학습원을 지나면 다복하게 피어있는 들국화의 꽃내음이 코끝으로 피고든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숲길의 풍경은 대부분이 비슷하다. 그러나 이길은 지루하지 않은 힐링의 길이다. 지칠일이 없는 유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숲길이다.

 

 

 

 

 

 

 

 

 

 

 

 

세렴폭포를 100m 남겨두고 계곡을 가로지는 비로봉으로 오르는 다리가 나온다. 다리앞에서 계곡으로 들어서면 곧 세렴폭포가 나온다. 실망스러울만치 가느다란 폭포수가 겨우 "내가 포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만치 심한 가뭄의 횡포는 이곳에서도 여실이 느낄수가 있다. 폭포앞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구룡사로 하산을 한다. 이 길은 그저 혼자 걸어도 좋고, 누군가와 같이 걸어도 좋은 길이다. 오대산 전나무 숲길이 초라하다는 생각을 만들어 주는 숲길, 단풍이 화사하게 물들면 다시 한 번 이길을 걷고 싶다.

<비로봉 가는길>

 

 

<세렴폭포하단>

 

 

<세렴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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