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강 원 권

영월의 동강 <어라연-잣봉>산행

바위산(遊山) 2011. 6. 6. 00:13

 

산행일 : 2011년 6월 5일(일)

누구와 : 나홀로

산행지 : 강원도 영월의 동강 잣봉과 어라연 트레킹

산행시간 : 4시간(거운분교~만지고개~잣봉~어라연~만지나루~만지고개~거운분교)

장인어른 생신을 챙겨드리고 밤이 늦어서야 제천으로 돌아왔다. 두어시간 자고 시설과 야유회 장소인 거운리를 찾아간다. 몇년전만하여도 고즈넉하던 동강변엔 팬션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레프팅객들이 몰려와 제법이나 관광지의 면모를 갖추어 가고 있다. 아침과 함께 반주 한 잔 하고 홀로 잣봉으로 오른다. 만지고개 삼거리에서 잣봉으로 향하다 보면 축사와 함께 농가가 나온다. 

<어라연>

분지를 이룬 마차 마을을 지나면 마을뒤로 하늘금을 이루는 산줄기가 보이는데, 왼쪽 위로 높게 보이는 산은 잣봉의 모산인 백둔봉(694m)이고, 그 오른쪽으로 낮게 보이는 펑퍼짐한 산이 잣봉이다. 농로를 벗어나 협곡 안으로 이어지는 계곡길을 따라 5~6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계류를 건너게 된다. 계류를 건너면 동쪽으로 오르는 된비알이 이어진다. 6~7년쯤 전인가, 예전에 이곳을 찾아 왔을때는 등산로도 발달되지 않고 찾는이도 없는 오지였는데 요즘은 꽤나 많은 산객들이 찾아오고 등산로도 많이 발달되어 있다.

<잣봉정상>

나무계단으로 시작되는 등로를 가파르게 올라 능선에 올라서면 산길은 부드럽게 이어진다. 북쪽 능선길로 발길을 옮겨 20분쯤 걷다보면 오른쪽 아래로 어라연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닿는다. S자 형태로 깊은 골짜기를 휘감아 도는 푸른 물결을 이루는 동강, 그 곁에 하늘을 가릴 듯 총립한 병풍바위, 그리고 강물 한가운데에 떠 있는 모래톱과 흑진주처럼 자리한 삼선암, 이것이 어라연의 진경이다. 전망대를 뒤로하고 8~9분 더 오르면 잣봉 정상이다. 초입부터 따라붙던 강릉과 서울에서 오셨다는 두명의 아가씨는 잣봉 정상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오른길로 다시 하산을 한 것 같다. 

정상에서 둘러보는 산릉의 파노라마는 동강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북으로는 잣봉의 모산인 백둔봉이 우뚝 솟아 보이고, 동으로는 능암덕산에서 고고산으로 이어지는 산릉이 하늘금을 이루고, 그 아래로는 초록색 비단을 펼친 듯한 동강이 내려다보인다. 남동으로는 고고산과 완택산이 마주보이고, 그 아래로도 역시 만지나루로 흘러드는 동강물이 짙푸르다. 동강 풍광이 감춰지는 남으로는 계족산, 태화산, 봉래산이 마주보이고, 아주 멀리로는 월악산 정상이 가물거린다. 

<고고산.완택산> 

하산은 북동릉을 탄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20분 가량 내려서면 지척에 어라연이 펼쳐지는 안부에 닿는다. 노송 어우러진 동쪽 암릉 위로 100여m 더 나가면 어라연 가운데 수석처럼 자리한 삼선암이 한층 더 가까이 보이는 전망바위를 밟는다. 이곳은 사진작가들이 어라연을 카메라에 담거나 기념사진을 찍는 촬영포인트다. 이 암릉의 끝까지 가는길은 위험구간이다. 울퉁불퉁한 바윗길을 조심조심 걸어야 한다. 양옆으로 아찔할 정도의 수백길 절벽을 이루고 있으며, 암릉의 끝으로 누군가가 쌓아 놓은 작은 케언이 하나 자리하고 있다.

<잣봉 내림길>

 

<어라연>

 

<암릉구간>

 

 

 

정선의 아우라지를 떠난 동강의 물줄기는 백운산 칠족령 기슭을 지나 나리소와 바리소의 적벽 아래로 흐르며, 좋은 풍경을 만들어 놓으니, 소(沼)의 모습이 밥그릇을 엎어 놓은 바리를 닮았다 하여 바리소라 부른다 한다. 예전엔 떼꾼들이 뗏목을 타고 지나던 물길은 지금은 레프팅을 즐기는 보트가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예전엔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를 빼고는 적막하기만 하던 이곳은 레프팅을 즐기는 사람들의 구령소리로 시끌하다.

 

 

칠족령에는 전설이 스며 있다. 옛날 이 곳에 살던 한 선비가 옻을 채취해서 항아리에 담아 놓았는데, 어느날 기르던 개가 없어져 찾다보니, 옻 항아리에 들어 갔던 개가 옻묻은 발자국을 남겨 놓아, 이를 따라간 길로 길을 낸 것이 칠족령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백운산자락을 휘감아 돌아 흐르던 동강의 물길은 잣봉 아래 삼선암과 두꺼비바위를 지나 휘돌아 흐르며, 동강 제일의 풍광이라는 어라연을 만들어 놓는다. 어라연은 잣봉과 연계하여 강변을 걷는 가벼운 트레킹코스로 요즘은 많은 산객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사람의 발길이 닿기 힘들어 물고기의 보고로 물반 고기반이라는 어라연은 조선조 비운의 왕이었던 단종의 영혼이 신선으로 머물고자 하니, 물고기들이 모두 나와 이를 반기었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3개의 바위를 삼선암이라 부르기도 하고 가운데 바위를 옥순봉이라고 부른다.

 

 

<전망대 암릉끝 케언>

 

 

 

  

  

 

 

 

<두꺼비바위>

 

 

 

전망바위에서 다시 안부로 되돌아와 남쪽 급사면길을 내려서서 강변에 닿으면 울퉁불퉁 돌밭길이 계속되다 부드러운 흙길로 바뀐다. 강변에는 이름모를 야생화가 소복소복 피어 있고 강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유월 양광의 따가움을 덜어준다.

<하산길>

 

 

 

유유히 흐르던 동강은 황새여울과 어라연을 지나 된꼬까리에서 가파르게 흐른다. 레프팅을 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애를 먹는다. 예전의 떼꾼들은 정선에서 한양까지 뗏목을 운반하는데 동강 수위에 따라 10일에서 30일까지 소요되었다고 한다. 수위가 낮을때는 된꼬까리에서 뗏목이 걸려 파손되곤 하였으며, 심지어는 목숨을 잃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한양까지 뗏목을 한 번 옮기는 품값은 당시에는 거금인 황소 한마리 값을 받곤 하였으며,  '떼돈 번다'는 말은 떼꾼들의 거액 품값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된꼬까리>

"우리 서방님은 떼를 타고 가셨는데 / 황새여울 된꼬까리 무사히 지나 가셨나 / 황새여울 된꼬까리 다 지났으니 / 만지산 전산옥이야 술상차려 놓게나" 가사처럼이나 정선아리랑은 휘감아 흐르는 동강을 닮았다. 여울목 급물살에 목숨마져 위태로웠던 떼꾼들과 애태우며 가장을 기다리던 가족들의 애환이 진득진득 묻어나 는 정선아라리의 처연하고 구슬픈 가락은 굽이굽이 흘러내리는 강물에 그대로 녹아 흐르는 듯하여 듣는이로 하여금 애닯음을 더하게 한다. 

황새여울과 어라연을 지난 동강은 된꼬까리에 다다르고 된꼬까리엔 "전산옥(全山玉)"이라는 여인이 운영하던 주막이 있었으며, 주막은 떼꾼들의 쉼터로 성황을 이루어 떼꾼들의 노래인 정선아리랑의 가사로 절절이 이어오고 있다. "눈물로 사귄정은 오래도록 가지만 / 금전으로 사귄정은 잠깐이라네 / 돈 쓰던 사람들이 돈 떨어지자 / 구시월 막바지에 서리맞은 국화라 / 놀다 가세요 자고 가세요 / 황새여울 된꼬까리에 떼를 띠워 놓았네 / 만지산의 전산옥이야 술상차려 놓게나~", 이렇듯 떼꾼들은 한양까지 뗏목을 옮기며, 힘들게 벌은 거금을 주막을 거치며, 술과 여자에게 허비하고 한강나루에 도착하였을 때는 정선으로 돌아 오는 여비만을 달랑 남겨 놓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전산옥 주막터>

 

왁자지껄 음주와 놀음과 계집질로 밤을 지새던 떼꾼들의 모습이 떠오르게 하는 '전산옥'의 주막이 있던 자리엔 지금은 잡초만이 무성하고 들꽃이 청초하게 피어 있다. 만지나루엔 작은 나룻배 한척이 자리하고 있어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는 듯 쓸쓸해 보이고, 더위를 피하여 물가에 자리한 두 남녀의 다정한 모습은 한폭의 그림처럼 평화로운 풍경으로 다가온다. 만지나루를 지나 만지고개 삼거리로 다시 올라가 거운분교로 내려서면 원점회귀 산행을 마치게 되고 소요시간은 4시간쯤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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