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가 번복되는 연말은 부족한 운동과 숙취로 인한 찌부덩함을 쉽게 털어 버리기가 어렵다. 마눌은 감기로 며칠째 골골하고, 지난 밤 고향 친구들의 망년회에 참석 후 늦은 귀가로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겨울산행은 떠나기가 힘들다. 추위와 바람과 눈속으로 파고 들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일단 출발을 한다면 겨울산행의 멋은 생각보다 많은 줄거움은 가져다 주기도 한다. 세계적인 등산가인 '리카르도 카신'은 말했다. "등산가는 배꾼이나 시인처럼 선천적인 것이다. 만약 등산가가 될 팔자를 타고 났다면 언젠가는 어쩔 수 없는 힘으로 산에 끌려 가리라" 라고, 팔자인지 뚜렷한 취미(酒 빼고)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운동부족 해소를 위함인지(복합적이겠지만) 배낭에 물병 하나 챙겨 넣고는 사자산으로 향한다.
<사자산 연화봉>
언제 : 2010년 12월19일(일)
날씨 : 흐림
누구와 : 나홀로
어데에 : 영월의 사자산(사재산)
얼마나 : 5시간
사자산은 예전에도 두번이나 오른 산이다. 아내와 함께 백덕산을 경유하여 사자산으로 돌아 온 적이 있고 최과장과 올라 '겨우살이'를 따온 기억도 있다. 그러면서도 다시 사자산을 찾은 것은 항상 옆으로만 돌고, 멀리서만 바라 본 법흥사와 적멸보궁을 끼고 있는 수려한 연화봉이 보고 싶어서다. 들머리에 들어서면 법흥사가 자리하고 있다.
법흥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인 월정사의 말사다. 자장율사가 643년(선덕여왕 12년) 당나라에서 돌아와 오대산 상원사, 태백산 정암사, 영취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등에 부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마지막으로 이 절을 창건하여 역시 진신사리를 봉안했으며 흥녕사라고 이름 붙였다. 몇번 화재로 소실되고 중건되며, 천년 가까이 작은 절로 명맥만 이어오다가 1902년 비구니 대원각이 중건하고 법흥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곳에는 적멸보궁과 징효대사보인탑비(보물 제612호), 징효대사부도(도지정 유형문화재 제72호), 법흥사부도(도지정 유형문화재 제73호), 법흥사 석분(도지정 유형문화재 제109호) 등이 있다.
법흥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사자산으로 오른다. 몇대의 관광버스가 산객들을 싣고 왔으나, 대부분 구봉대산과 백덕산으로 오른 것 같다. 사자산으로 오르는 길은 인적도 없고 몇개의 발자욱만 눈위에 찍혀 있다. 법흥사를 둘러 싸고 있는 구봉대산과 사자산 그리고 백덕산 중에서 구봉대산이 우백호의 역할을, 백덕산이 좌청룡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중간에 있는 사자산은 법흥사의 진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사자산이 법흥사 소유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5대 적멸보궁이 자리하여 사찰에서 등산로를 폐쇄하였기 때문에 사자산만을 별도로 산행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들머리에서 조금 전진을 하면 사방댐이 나오고 조금 더 전진을 하면 '위험지역' '등산로 없음' 표지판이 나온다. 무심코 그냥 지나쳣으나 연화봉을 오르려면 저 표지판을 무시하고 그쪽으로 올랐어야 한다. 느낌은 있었으나, 연화봉만 오르기에는 단조로워 사자산으로 올랐다가 연화봉으로 돌아 올 계획으로 골을 타고 계속 오른다.
산중은 온통 적막으로 가득차 있다. 금방이라도 눈비를 뿌릴듯한 음습하게 가라 앉은 하늘과 앙상한 가지만 드러내고 있는 수목들 그리고 골짜기를 뒤덮은 하얀눈과 얼어 붙은 골짜기, 이러한 겨울 산중의 풍경들은 홀로 산행이라는 고독감과 믹서되어 더욱 적막함과 고요를 크게 하는 것 같다.
<헐~이 첩첩산중에 웬 가스통이....>
한시간쯤 골짜기를 타고 오르다 보면 바위 단애 앞으로 석축이 나온다. 예전에 암자가 있던 자리인지 약초꾼들의 움막터인지 알수 없으나, 단애위로 몇개의 작은 돌탑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산중 생활의 단조로움과 외로움을 돌탑 쌓기로 달랬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오르다 만난 가스통은 산막 생활을 하던 약초꾼들이 취사용으로 사용하다 버리고 간 것이 아닌가 싶다.
움막터를 지나면 가파르게 능선으로 치고 올라야 한다. 이러한 된비알은 주능선까지 계속된다. 쉼 구간이 없는 한시간쯤 계속되는 된비알은 걸음을 더디게 하고 숨을 헐떡이게 한다. 능선의 상단에는 신갈나무 아래로 산죽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주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오르면 사자산 정상(사재3봉)이고 오른쪽으로 향하면 사재2봉과 1봉으로 향하는 길이다.
사자산(사재3봉)은 지난번에도 올랐으므로 이번에는 사재2봉으로 향한다. 능선에서 조금 오르면 사재2봉에 오르게 된다. 이곳에 서면 구봉대산에서 사자산으로 이어지며 마루금을 이루는 능선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고요하던 골짜기와는 달리 능선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매우 세차다. 세차게 몰려오는 바람이 차기는 하지만 그리 고통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법흥계곡>
강원 영월군 수주면 법흥리와 주천면 판운리, 평창군 방림면 운교리, 평창읍 원당리, 횡성군 안흥면 상안리에 걸쳐 있는 높이 사자산( 사재산 四財山 1,181m) 백덕산(1,350.1m)은 차령산맥의 이름난 산으로 능선의 곳곳에 절벽이 깎아지른 듯 서있고, 바위들 틈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분재와 같이 장관을 이루어 등산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백덕,사재산의 주계곡인 백년계곡에는 태고적 원시림을 아직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크고 작은 폭포와 소(沼)와 담(潭)이 수없이 이어진 계곡은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곳이다. 산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겨울철이면 풍부한 적설량에다 곳곳에 설화가 만발해 백덕산은 겨울철 심설산행지로 각광을 받는 곳이다.
이 산은 예로부터 네 가지 재물이 있다고 해서 사재산이라고도 불린다. 네 가지 재물이란 동칠, 서삼, 남토, 북토라고 해서 동쪽에는 옻나무 밭이 있고, 서쪽에는 산삼이 있으며 남쪽과 북쪽에는 전단토라고 하여 흉년에 먹는다는 흙이 있다고 전해지지만 아무도 이 재물이 있는 곳을 모른다고 한다.
사재2봉에서 사재1봉으로 향하는 능선은 암릉구간이다. 그러나 능선에는 잡목이 우거져 있어 시계를 가려 그리 좋은 풍경이나 조망은 기대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산객들은 사자산이나 백덕산을 오를때는 법흥계곡에서 오르지 않고 해발고도가 800m쯤 되는 문재에서 오른다. 법흥계곡에서 오른는 길이 가파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쉬운 길을 택하기 때문이고, 예전에 자주 이용되던 백년계곡은 수마로 대부분 유실되어 버렸고 지금은 출입이 통제되어 거의 찾는 사람들이 없다.
특히 겨울철에는 백년계곡으로 들어 서는 것은 자제 하여야 한다. 수마로 유실되어 돌과 바위로 가득하고 잡목이 우거진 계곡에 눈까지 수북히 쌓이면 등산로도 없는 계곡을 빠져 나오기란 그리 쉽지 않은 곳이다. 몇년전 아내와 함께 백덕산과 사자산을 돌아 백년계곡으로 하산하다가 계곡에만 5시간의 사투끝에 호된 고생을 하고 빠져 나온 기억이 있다. 다음날, 우리의 발자욱을 따라 계곡으로 하산하던 산악회원 15명이 결국 중도에 포기하고 119구조대의 도움으로 5시간만에 구출되었다는 뉴스가 보도 되었다. 산행지도만 보고 동절기에는 백년계곡으로 잘 못 들어 섰다가는 백년 고생할 것을 하루에 다 하거나, 아주 고생을 마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암릉구간을 한시간쯤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면 암릉구간이 끝나고 산죽군락지가 나온다. 암릉구간엔 밧줄도 없고 눈이 덮혀 있어 걷기가 좋지 않다. 인적없는 오지의 산 능선에는 눈위에 찍혀 있는 몇개의 발자욱과 나무가지에 제멋대로 달려 있는 낡아 버린 표지판만이 등산로임을 알려주고 있다. 인적도 없고 수목들 조차 숨죽이고 있는 겨울산상은 어느 산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산새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적막이 가득 채운 산상에는 세차게 밀려오는 바람소리만이 가끔씩 감각을 깨우고는 한다.
산죽군락을 지나 사재1봉에 오르게 되면 사재산으로 이어지는 구봉대산과 왼쪽으로 수목에 가린 백덕산이 올려다 보인다. 그러나 눈위에 찍혀 있던 몇개의 발자욱은 이곳에서 사라져 버렸다. 뒤돌아 간 것인지, 다른 길로 하산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둘중에 하나다. 오늘은 연화봉이 목적이니, 눈이 덮혀 희미한 등산로를 어림잡아 능선을 타고 내려온다.
<구봉대산>
구봉대산(870m)은 영월군 수주면 법흥리 사자산 법흥사 적멸보궁의 천하복지 명당터를 보호하는 우백호의 역할을 하는 산으로 양이봉을 비롯하여 사람이 어머니의 배속에 잉테하여 늙고 죽을때까지 인생역정을 아홉개의 봉우리에 연계지어 놓아 구봉대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가을이면 단풍이 불을 붙힌듯 아름답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 아홉개의 봉우리 능선은 걷기가 좋아 요즘들어 많은 산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산이다.
백덕산은(1,350.1m) 차령산맥 줄기의 이름난 산으로 능선의 곳곳에 절벽이 깎아지른 듯 서있고, 겨울철 적설량이 많아 심설산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백덕산의 주계곡인 백년계곡은 태고적 원시림을 아직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크고 작은 폭포와 소(沼)와 담(潭)이 수없이 이어진 계곡은 10월 중순에서 말경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 겨울이면 많은 적설량과 상고대로 설화가 만발해 백덕산을 찾는 등산객들은 해마다 늘어 나고 있으며, 주로 오르기 쉬운 문제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백년계곡은 유실되고 등산로가 폐쇄되었으므로 겨울철에 백년계곡에 들어서는 것은 가급적 삼가하여야 한다.
하산길은 매우 가파르다. 아이젠을 착용했으나 줄줄 미끄러진다. 가파르게 올랐으니, 가파르게 내려오는 것이 맞을 듯 하지만 난구간에 밧줄이라도 달려 있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연화봉 능선은 자꾸 멀어져만 간다. 사재1봉에서 연화봉으로 가는 길은 없거나, 아니면 눈에 덮혀 찾지 못한 것 같다. 결국 오늘도 목적한 연화봉은 밟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가파르게 내려오다 보면 쭉쭉 뻗은 아름들이 소나무(황장목)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남대문 재건축 소나무를 수입했다는 등 말이 많은데, 이곳에 오면 쓸만한 것 좀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느지감치 출발한 덕에 벌써 4시가 넘어섰다. 해가 가장 짧은 계절이니 산중에는 벌써 저녁 분위가가 풍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점심도 먹지 않았다. 점심을 준비하지도 않았지만 배낭안에 비상식량인 행동식이 있으나, 별로 생각이 없어 시장끼를 참으며 걸었다.
가파른 등산로를 내려서면 관음사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법흥사 입구까지 2.1km를 걸어야 한다. 팬션과 캠프장이 늘어선 계곡을 따라 법흥사 입구까지 내려온 뒤에 법흥사로 들어가는 화물차를 얻어 타고 법흥사로 향한다. 사실 어느 산행정보에도 사자산의 위치에 대하여 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재1봉이나, 연화봉을 사자산이라 하는 곳도 있으나, 나의 경험으로 보면, 구봉대산에서 백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산의 최고봉이 사자산(현재 정상표지판 있는 곳) 정상이 맞는 것 같다. 이곳에서 남서로 뻗은 능선상에 사재2봉과 사재1봉, 연화봉까지를 통털어 사자산이라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돌아 오는 길에 법흥계곡 들머리에 있는 요선정을 둘러 보는 것도 좋다. 요선정은 무릉리에 서강변에 위치하고 있는 정자로 숙종, 영조, 정조가 편액, 하사한 어제시를 봉안하기 위하여 1913년 정자를 짓고 요선정이라 불렀다. 요선정은 조선 중기 풍류가인 봉래 양사언이 이곳 경치에 반해 선녀탕 바위에 '용선암' 이라는 글씨를 새긴 데서 유래된 이름으로 '선녀를 맞이하는 바위' 라는 의미다. 정각 건립 당시 주천 청허루에 보관했던 숙종의 어제시를 이곳으로 옮겨 봉안했다. 지금의 요선정 터는 신라 불교 전성기에 징효대사가 열반했을 때 1천개의 사리가 나왔다는 암자터 이야기도 전한다. 정각의 주위에는 기묘한 형상의 화강암벽과 수려한 자연이 어우러져 있으며, 옆으로 무릉리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노인전문정신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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