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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의 영화 "국제시장" OST - 굳세어라 금순아

바위산(遊山) 2015. 1. 26. 14:34

 

국제시장은 부산광역시의 재래시장으로 광복 후, 전시 물자를 팔아 생계를 꾸려나가던 상인들이 장터로 삼으면서 시장이 형성되었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장사를 하며 활기를 띠었고, 부산항으로 밀수입된 온갖 상품들이 이곳을 통해서 전국으로 공급되며 국제시장은 ‘사람 빼고 모두 외제’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한때 전성기를 누렸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국제시장은 격동의 한국현대사를 회상으로 되돌아 보는 역사 기록물과도 같은 영화다. 그리 화려한 수식같은 것이 없는 단순하면서도 코믹스런 영화가 가끔은 웃음을 가끔은 감동으로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것은 힘들었던 격동기를 살아온 장년세대의 회상과 함께, 쉽게 돌팔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는 한편의 바이블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1950년 한국전쟁당시 흥남부두에서 부산으로 피란 온 ‘덕수'(황정민 분)와 다섯 식구의 파란만장한 생활상으로 이어진다. 전쟁 통에 헤어진 아버지를 대신하여 가장의 역할을 하여야 했던 ‘덕수’는 고모가 운영하는 부산 국제시장의 수입 잡화점 ‘꽃분이네’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 나간다.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남동생의 대학교 입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이역만리 독일에 광부로 떠난 ‘덕수’는 그곳에서 첫사랑이자 평생의 동반자 ‘영자’(김윤진 분)를 만난다. 그는 가족의 삶의 터전이자 헤어진 아버지와 여동생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등대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꽃분이네’ 가게를 지키기 위해 ‘선장’이 되고 싶었던 오랜 꿈을 접고 다시 한번 전쟁이 한창이던 베트남으로 건너가 기술 근로자로 일하게 된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자막을 채우는 첫번째 장면은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서 생사를 걸고 탈출하려는 피난민대열이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작전 중이던 미군 부대가 흥남항을 통해 대규모 해상철수를 하며 일주일 동안 10만 명에 달하는 피란민을 남쪽으로 이주시켰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메러디스 빅토리’호에만 1만 4000여명의 피란민을 태웠다. 이는 세계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기록으로, 세계 전쟁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인도적인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는 흥남철수 당시 마지막 남은 상선인 ‘메러디스 빅토리’ 호에 올라타기 위해 항구에 몰려든 피란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그때의 긴박했던 상황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또한, 배를 타는 과정에서 아버지, 여동생과 헤어진 ‘덕수’(황정민 분) 가족의 모습은 전쟁으로 인해 가슴 아픈 이별을 하게 된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고스란히 전한다. 


1950년 한국전쟁 때 부산에는 전국각지에서 피란 온 어린이들을 가르치던 임시 천막교실이 많았다. 군용천막에 칠판 하나 걸어놓은 천막교실에서 일하러 간 어머니 대신 동생 ‘끝순’(김슬기 분)을 등에 업고 수업을 듣는 ‘덕수’를 통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교육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던 그 때 그 시절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피란민들이 삶의 터전으로 자리잡은 국제시장은 ‘사람 빼고 다 외제'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한때 전성기를 누렸으며, 피란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현재까지도 서민들의 일상과 애환이 담겨있는 공간이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1970년대,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해지기 전에 애국가를 방송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애국가가 울리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있어도 가슴에 손을 얹고 국민의례가 끝날 때까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여야 했다. 영화에서 덕수 부부가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싸움을 멈추고 벌떡 일어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모습은 내내 시큰하던 눈시울속에서도 잠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1960년대, 한국의 심각한 실업난과 외화부족사태 등으로 어려웠던 시절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많은 수의 젊은이들은 높은 수입이 보장되는 서독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당시 100: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파독 광부로 가게 가게 되었고, 서독으로 파견된 근로자들은 크게 광부와 간호사로 나뉘는데 광부들은 위험이 도사리는 지하 1,000m의 막장에서 힘든 노동에 시달렸고, 한국에서 온 간호사들의 주된 업무는 시체를 닦는 일이었을 정도로 병원의 힘든 일을 도맡았다. <국제시장>은 ‘덕수’와 ‘영자’(김윤진 분)를 통해 자신들의 꿈은 뒤로하고 오직 가족들을 위해 서독에서 열심히 일한 아버지, 어머니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1983년 6월, 패티 김의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를 배경 음악으로 이산가족 찾기 방송이 시작되었다. 한국전쟁 때 가족과 친지를 잃고 남과 북으로 헤어져 살고 있는 수 많은 이산가족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으로 잃어버린 혈육을 찾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이어졌다. <국제시장>의 ‘덕수’ 역시 이산가족 찾기 방송에 출연해 30여 년 전 흥남철수 때 헤어진 아버지와 여동생 ‘막순’을 찾아 나선다. 당시 이별의 아픔을 다룬 노래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는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의 주제곡으로 전 국민의 심금을 울렸으며, 방송을 통해 재회하는 이산가족들의 사연으로 온 나라가 눈물바다를 이루게 한다. 

 

흥남철수 당시 헤어진 아버지가 알려준 이모의 "꽃분이네"라는 작은 잡화점을 인수하여 운영하면서 피난길에 헤어진 동생이 찾아 올것에 대비하여 주변이 개발되고 백발이 되어도 팔지 않고 버티던 덕수(황정민 분)는 이산가족찾기에서 흥남부두에서 헤어져 미국으로 입양된 여동생을 찾게되고서야 "꽃분이네" 잡화점을 처분키로 한다. 그리고 백발의 등굽은 '덕수'가 아버지를 그리워 하며 중얼거리는 한마디, "아버지 저 잘했지유? 그런데 무척 힘들었유" 라는 독백이 격동의 현대사를 고통으로 헤쳐나온 이 나라 모든 아버지들의 자화상으로 비추어지며 눈시울을 시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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