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명시감상

천재 요절시인 윤동주의 <별헤는 밤>

바위산(遊山) 2014. 12. 6. 12:05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 별 하나에 사랑과 /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 별 하나에 시와 /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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