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강 원 권

상고대가 만발한<두위봉>눈꽃산행

바위산(遊山) 2011. 1. 10. 16:54

언   제 : 2011년 01월 09일(일)

날   씨 : 맑   음

누구와 : 나홀로

어데에 : 정선의 두위봉

<주차장옆 '추억의 사진관'>

 

요즘들어 산에 가는 것에 흥미를 잃은 울 마누라의 독특한 인생관(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고....) 덕분에 오늘도 홀로산행을 하여야 할 것 같다. 허긴 마누라가 같이 간다고 해서 덕 볼일도 없지만, 사색과 고독을 벗삼아 홀로 걷는 산행의 묘미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어데로 갈까?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구제역을 볼때는 집안 귀신이 되는 것이 바람직 하겠지만, 주5일제의 연휴를 집안에 처박혀 있는 것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소백도 가까이 있지만 30분이면 찾아 갈 수 있는 두위봉의 겨울을 보지 못하였으니, 두위봉에 올라 보기로 하고 자미원으로 향한다.    

<나무가지 사이로 보이는 상고대를 뒤집어 쓴 두위봉 능선>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힐만한 오지의 산골역인 자미원에 도착하여 등산로를 오르려다 되돌아 서고 만다. 이 오지의 자미원 등산로는 쌓인 눈이 전혀 녹지 않았고, 산객들의 발자욱 하나 없다. 홀로 산행에 발자욱 하나 없는 등로를 오르는 것은 모험이다. 길을 잃을 염려도 있지만 푹푹 빠지는 눈길을 개척해 가며 오른다는 것은 체력에 무리가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차를 돌려 문곡으로 향한다. 두위봉 주등산로인 문곡에는 나름대로 산객들의 발자욱이 있다. 녹지 않은 길, 차가 미끄러져 주차장에 진입을 못하고 길옆에 주차를 한 뒤 산으로 오른다.

두위봉(두리봉.1,466m)은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방제리와 사북읍 사북리, 남면 무릉리, 정선군 신동읍에 걸쳐 있는 해발 1,466m의 나라안에서도 손 꼽힐만한 거산이다. 백두대간의 함백산에서 갈라져 나온 지맥으로 태백산과 가리왕산에 가려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근래들어 철쭉제를 치르면서 산객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정상부근의 철쭉군락이 수만평 넓이로 화원을 이루고 있어, 전국 어느곳에서도 볼 수 없는 연분홍 꽃물결을 이루고 있다. 첩첩산중 오지의 정선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숨어있는 두리봉은 가장 늦게 철쭉꽃을 볼 수 있는 산이기도 하다.

두위봉은 봄철의 철쭉꽃도 좋지만 가을 단풍이나, 겨울철 설경도 뒤지지 않는 곳이다. 수령 1800년 된,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주목이 있으며,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계곡수와 울창한 수목으로 시원함을 더해주는 산이다. 중턱을 오르다 보면 엄나무, 박달나무, 자작나무, 산죽들의 수목군락과 함박꽃, 노루오줌꽃 등 자연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매년 6월 초순이면 철쭉제가 열린다. 두위봉 철쭉밭 오름길은 두리봉 서쪽에 자리한 단곡계곡으로 나 있다. 그밖에 자미원 마을, 무릉리 증산 마을등에서도 오를 수 있지만, 교통편이나, 거리면에서는 단곡계곡을 기점으로 오르고 내리는 것이 가장 수월하다. 

울 마누라에게 오랜만에 얻어 입은 메이커 등산바지는 통이 좁다. '통이 좁으면 올라 갈때 힘들던데....' 하는 나의 불평에, 아들놈과 합작으로 요즘은 통이 좁은 것이 유행이고 대세라고 우긴다. 사 주는 것이 고마워 통좁은 바지에 내복까지 껴입고 왔으니, 걸음을 옮기기가 매우 부담스럽고, 체력의 소모도 큰 것 같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임도를 타고 잠시 오르다 보면 계곡 갈림길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등산로로 오른다. 가파른 등산로는 이내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임도와 만나게 된다. 이렇게 두세번을 반복하면 본격적인 등산로로 들어선다. 산 중턱까지는 상고대도 없고 눈도 많지 않아 그런대로 걷기가 좋다. 마지막 식수를 챙길 수 있는 감로수 샘터를 지나, 산대나무길이 나온다. 산죽이 그리 많지는 않고 듬성듬성 있으나, 마땅한 이름을 붙히기가 어려웠었나보다. 산죽군락부터 아라리고개까지는 비교적 걷기가 좋다. 

그러나 아라리고개를 오르는 것은 고행의 길이다. 쉼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등로는 힘을 빼놓고 숨을 가쁘게 한다. 더구나, 오를수록 적설량이 많은데다 이곳을 찾는 산꾼이 별로 없다보니, 눈이 다져지지 않은 된비알 길을 오르기란 그리 즐겁지만은 아니하다. 몇 번이나 걸음을 멈추었다 오르는 것이, 오랫동안 산행을 해 온 나도 나이를 먹기는 먹는 것 같다. 눈이 수북히 쌓인 된비알 길, 이 길을 왜, 아라리고개라 부르는지 실감하게 된다.  

산은 오를수록 적설량도 많고 수목에는 상고대가 만발하여 선경을 만들어 놓았다. 해발 1466m의 이 고산에 오르면 상고대가 만발하였을 것 같은 나의 예감은 적중하였다. 구름도 별로 없는 하늘은 푸르다 못해 눈이 시릴만치 검푸르게 보이고, 햇살에 반짝이는 상고대는 눈이 부실만큼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놓는다.

 

 

 

 

아라리고개를 올라서면 능선에 오르게 된다. 능선 삼거리는 자미원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길이다. 이 곳부터는 부드러운 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향한다. 오늘 산행 중 만난 사람은 하산을 하는 4명 뿐이다. 푹푹 빠지는 눈위로 몇개의 발자욱이 등산로라고 말하고 있다. 능선에서 잠시 오르면 철쭉군락지가 나온다.

사람의 키보다 더 큰 철쭉군락은 등산로가 아니면 비집고 들어 갈 수도 없을만큼 빼곡하게 능선을 뒤덮고 있다. 몇 년 전, 아내와 함께 철쭉꽃을 보러 이곳에 오른적이 있다. 그때는 발 디딜틈이 없이 북적거렸는데, 겨울의 두위봉은 백설과 상고대가 만발하였으나, 찾는이 없이 적막하기만 하다. 

 

 

철쭉군락을 빠져 나가면 다시 고산의 능선에서 볼 수 있는 구불구불하게 자란 키작은 관목사이를 걸어야 한다. 바람에 상고대가 날리는 관목숲 끝으로 '두위봉 철쭉비'가 나온다. 이곳이 서봉 정상이다. 정상에 서면 동봉 정상과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다시 상고대를 뒤집어 쓴 관목사이를 빠져나가 동봉 정상에 오른다. 두위봉은 두리봉이라고도 부른다. 정상부가 여인네 엉덩이처럼 두리뭉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두리뭉실한 능선의 정상부는 두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철쭉군락지>

 

<고냉지채소밭>

 

 

 

단곡계곡에서 출발하여 정상까지는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자미원에서 오른다면 약간의 시간을 더 소요하여야 할 것 같다. 정상에 서면 서쪽으로 눈덮힌 고냉지 채소밭이 내려다 보이고, 북으로 억새로 유명한 민둥산과 가리왕산, 동쪽으로 태백산, 남쪽으로 소백산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약간의 개스로 인하여 그리 선명하지는 않지만 시원하고 좋은 조망이다.

 

 

 

 

정상 암봉에 서 있는 '두위봉 1,466m'라고 적힌 팻말이 이 산의 크기를 말해준다. 정상에 서면 주목과 절벽과 눈꽃을 뒤집어 쓴 능선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봄이면 이 능선은 상고대 대신 철쭉꽃이 풍경을 대신한다. 이곳에서는 자미원 방향 말고도 사북읍 도사곡으로 빠지는 등산로가 나 있다. 이 길은 주목과 고사목을 볼 수가 있으나, 가장 긴코스로 적설량이 많은 겨울에는 길이 나 있는지 점검후에 오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또한 교통이 불편하고 거리가 멀어 자차를 이용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의를 하여야 한다.

 

 

정상에서 잠시 조망을 즐기고는 하산을 서두른다. 오전에 들머리에서 바라본 백설의 두위봉은 오후가 되자 능선으로 불어 오는 바람에 상고대가 절반은 떨어져 아쉬움을 남긴다. 겨울산행에서 상고대를 보려면 오전 중에는 정상에 올라야 할 것 같다. 하산은 오던길로 원점회귀한다. 이시간, 이 거산에 남겨진 사람은 오직 나홀로 인 것 같다. 적막감, 그리고 능선으로 불어오는 바람과 바람에 흩날리는 상고대가루가 겨울산행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심설산행을 즐기려는 분들은 이미 잘 알려진 심설산행지보다, 이 조용하고 한적한 오지의 두위봉에 올라 보는 것도 매우 즐거운 산행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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